한화의 KAI 지분 15.89% 확보, 그 이면의 '육·해·공·우주 밸류체인' 공방
국내 방산 시장의 거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등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을 15.89%까지 끌어올리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표면적인 명분은 글로벌 방산 수출 시장에서 패키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 시너지'이지만, 실제 산업계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찬반 양론이 매우 뜨겁다.
수직계열화의 명분: 한화는 지상의 K9·천무, 해상의 한화오션, 우주의 발사체·위성에 이어 공중의 완제기(KAI)까지 품음으로써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종합 방산 밸류체인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공급망 독점과 이해충돌 우려: 반면 KAI 노동조합과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의 눈길을 보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AI가 제작하는 항공기의 핵심인 '엔진'을 공급하는 주요 협력사다. 동시에 우주 위성 사업 등에서는 경쟁 관계이기도 하다. 완제기 조립 원청업체에 부품 공급사가 지배력을 행사할 경우, 미국 FTC(연방거래위원회)가 록히드마틴의 에어로젯 로켓다인 인수 당시 제동을 걸었던 것처럼 공정한 부품 공급망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방산 빅4 꼴찌'라는 수식어 뒤에 숨은 KAI의 딜레마
최근 글로벌 K-방산 열풍 속에서 KAI는 화려한 수주 실적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나 성장 속도 면에서 타 방산 대기업에 비해 아쉽다는 평을 받는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KAI가 가진 특수한 지배구조와 역사적 배경에 있다.
공공적 틀과 단기 실적의 충돌: KAI는 1999년 삼성, 현대, 대우 등의 항공 사업을 빅딜 형태로 통합해 출범한 기업이다. 최대주주는 지분 26.41%를 가진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체제다.
정권 교체와 리더십 불안정: 출범 이래 거쳐간 사장단 중 내부 승진 케이스는 단 한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가 교체되는 외풍에 시달려 왔다.
막대한 개발비의 시간 차: 전투기나 헬기 개발은 최소 10년 이상 꾸준히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당장의 단기 실적이나 효율성만 따지는 민간 대기업의 잣대로는 쉽게 버티기 힘든, 그러나 국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짊어져야 하는 '개발 중심 문화'가 고착되어 있다.
우주 사업 전선의 다변화: KAI의 새로운 생존 전략
과거 국내 우주·위성 분야는 KAI와 항우연이 거의 양분하다시피 했으나, 최근 민간 대기업과 전문 기업들이 약진하면서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정지궤도 위성 수주전의 충격: 차세대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 5호'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전통의 항공 강자 KAI 대신 LIG넥스원이 선정되면서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LIG넥스원이 전자전·유도무기 기술을 기반으로 위성 본체 및 체계 종합 능력까지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미래 모빌리티와 후속 지원의 무기화: 이에 맞서 KAI는 경찰청 '참수리' 헬기 등 관용헬기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후속 지원(신속한 부품 조달, 합리적인 정비 비용) 역량을 강화하고, 소방헬기의 담수 용량을 확대하는 등 실질적인 공공 부문 수요를 파고들고 있다. 또한 무인기(MUM-T)와 미래 비행체(AAV) 등 유·무인 복합체계로 체질 개선을 서두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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